이소요
이소요는 미국 렌슬리어공대 예술학과에서 자연사 액침표본의 조형적 특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연사표본보존복원’이라는 다소 낯선 학문을 전공한 그는 예술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어 생물을 시각정보와 예술창작물로 환원해온 문화적인 관습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가 에술학 박사과정(praxis-based arts PhD)에 재학하던 시절, 연구의 일환으로 약 일 년간 미국 필라델피아 의사협회 산하 뮈터박물관(Mütter Museum of the College of Physicians of Philadelphia)에서 유물보존사로 일하며 소장품 중 인체 해부학 액침표본 삼십 여 점에 대해 보존, 복원 및 재구성을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인체 표본을 폐기하는 것에 대해 선임 보존사가 내린 지시 “하수구에 그냥 흘려보내도 된다(You can just pour it down the drain)”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작가는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보존에 관한 사회문화적 관습과 가치관에 대한 글 「하수구에 그냥 흘려보내도 된다」를 작성한다. 인체유래물의 보존과 폐기는 죽은 사람의 몸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데에 따르는 문화적 관심이나 법적, 의학적 규준이 작용하며,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법률, 폐기물관리에 관한 법률 등과 연관 이 있다. 한때는 병원과 대학 연구소에서 의학적 가치를 지녔던 수 천 점의 인체 표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패를 거쳐 폐기해야할 물질로 간주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윤리적, 문화적, 과학적 질문과 그에 관한 작가의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냈다.
그는 당시의 인체 표본 몇가지와 다큐멘터리 사진 기록, 텍스트 등으로 구성한 전시 <원형 보존: A Dying Art>(2016)를 한국에서 선보였으며, 계속해서 식물 및 생물 표본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상을 연구하고 <동백나무>(2020), <예술이 식물을 다루는 방법들에 대하여>(2020), <조선식물도설 유독식물편, 주석>(2021), <서울에 풀려나다>(2021) 등의 작품을 제작해 왔다.